오늘은 설날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베트남은 더더욱 오늘 외국 관광객이 음식을 먹거나 돌아다니기에 녹녹한 그런 날이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떠나기 전에 미리 투어를 신청해두었습니다.
뭐랄까 점심도 주고 하루 종일 놀아주는 투어를 하면 시간이 갈 줄 알았죠.
그/러/나/
지오네의 거의 가훈으로 굳어지는 게으름병이 도쳐서 걍 하루 종일 빈둥대기로 마음을 바꾸고서는 걍 호텔에서 빈둥대기로 마음을 굳혔다죠.
결국, 투어를 취소하고 느즈막히 일어나서 빈둥거리기 시작을 했습니다.
뭐랄까 오늘은 호텔에서 빈둥거릴 것이라는 의미의 사진입니다.
지오 엄마가 목이 아파서 약국에 들려 약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호텔 로비에서 왠 아저씨가 베트남 서예를 하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새 해를 맞이하면 동네에서 학식있는 어르신, 요사이는 길거리에 글 쓰는 할아버지 등등에게 가서 좋은 글을 받아오는 전통이 있답니다.
예전에 베트남에서 한자를 사용하던 시절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맹이었기 때문에 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이런 전통이 생긴듯 합니다.
요사이는 알파벳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나름 알파벳을 중국식 서예 기법을 이용해서 쓰는 전통이 남아있지요.
글쓰시는 아저씨가 福이라든가 發 혹은 財 등등에 해당하는 글자를 쓰고 있더군요,
별로 할 일이 없는 지오네는 아저씨가 글 쓰시는 것을 기달려서 한 장을 받았지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가이드를 동원해서 엄청난 수의 글을 요구한 가운데 지오네는 아저씨 앞을 어슬렁 거려서 중간에 한 장 받았습니다.
‘호오 뭔가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군’ 하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모자. 그리고 글 한장을 부탁합니다.
집중해서 글을 쓰시는 아저씨와 그 결과 받은 오늘의 글귀. Phuc은 복의 베트남어입니다.
지오 엄마의 컨디션이 별로인 관계로 (역시나 투어를 취소한 것은 나의 선견지명?) 그리고 어짜피 설날 밖으로 나가봐야 별일도 없으며,
게다가 우리가족은 게으른 까닭에 호텔방에서 뒹굴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러 슬슬 나와보니... 아아- 별로 연 곳이 없네요.
뻗어있는 두 인간을 데리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여기서 감정의 승화’라니 도데체 무슨 뜻인지....
결국 호텔 근처에 있는 옥스엉(Ngoc Suong)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문제는....
이 집도 아마도 많은 수의 스탭들과 요리사들이 휴가인지 주문한 음식이 엄청난 시간이 걸려서야 나왔다지요.
덕분에 장장 1시간30분에 걸치는 점심을 먹어야 했습니다.
베트남식 해물 누룽지탕과 볶음밥.
그리고 기나긴 점심을 먹었습니다.
워낙 점심을 늦게 시작해서 오래 먹은 관계로 해가 져도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녁은 간단하게 인근 수퍼에서 구입한 컵라면으로 해결했습니다.
오오- 베트남에서 먹은 컵라면 중 가장 괜찮은 녀석이었습니다 (스프가 무려 4개!!!)
그리고는 인터넷 티비로 아육대를 시청했습니다.
아니, 당신들 도데체 냐짱까지 가서 뭐하냐? 라고 물으신다면....
우리집은 뭘 하면서 노는 것이 아니라 노는 것이 뭔가를 하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_-;;;
그리고는 내일 아침에 일찍 출발할 것을 대비해서 짐을 꾸렸습니다. 내일은 아침 7시30분부터 투어가 시작됩니다.
내일을 위해 짐들을 미리 정리했습니다.
짐 정리가 끝나자 지오네는 냐짱까지 챙겨온 비장의 무기 우노 익스트림 기계를 꺼내서 가족간에 우애를 다지는 카드게임을 신나게 했답니다.
참고로 우리가 원카드 게임으로 알고 있는 우노는 벌칙 기계가 있으면 재미가 20배 정도 증가합니다.
우노는 5세부터 90세까지 할 수 있는 게임이져.
예전에 영국부터 시작한 지오네의 우노 게임의 역사는 영국-베트남-한국-두바이-다시 베트남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우노 기계는 3번째 구입해서 사용중입니다. 가족용 게임기로 강추!!!
이렇게 세째날 저녁이 지납니다.
오늘이 냐짱에서의 마지막 밤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