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체크인을 해서 짐을 잽싸게 정리하고, 리셉션 언니에게 24시간 티켓을 구입하고 첫날 여행에 나섰습니다.
프라하 대중교통 수단을 위한 티켓에서는 1회권, 90분권, 1일권이 있습니다.
90분권과 1일권의 경우 처음 전차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기계에 넣으면 시간이 찍히는데, 이 시간이 기준입니다.
한 번 만 찍으면 됩니다.
체코 경찰 아저씨들은 주로 이 걸 잘 모르는 관광객들을 아주 잘 잡아낸다고 합니다.
걸리면 500코로나를 내야 합니다.
오후 시간이어서 대충 중심가를 둘러보고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에서 돈 지오반니를 보는 일정이었습니다.
간만에 걸어 다니는 모자
일단, 마음은 좋게 생겼지만 크게 믿음이 가지 않는 그리고 대답이 나오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리는 리셉션 언니에게 물었습니다.
“네네, 걱정하지 말고요, 이 길을 죽 올라가서 립반스카야(Lipanska)역에서 9번 전차를 타고 주욱 가시다가 나르도니 디바들로(Narodni divadlo)역에서 내리면 되여”
라고 하더군요.
언니의 말을 따라서 일단 길을 주욱 올라갔습니다.
아! 양갈래 길이 나오더군요.
지오네는 왼쪽길을 택합니다. 결국 이 선택은 한 정거장을 더 간 후시넥카(Husinecka)역이었습니다.
다시 갈등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 역에서 도데체 어느 방향으로 가는 전차를 타야한단 말인가!!
언니의 설명은 택도 없이 부족했고, 프라하 전차 노선도는 영어 한 마디 없었습니다.
겨우겨우 찍어서 탔더니 다행히도 맞는 전차였습니다.
언니 말대로 나로드니 디바들로(Narodni divadlo)역으로 가고 있다가 문득 지도를 보던 지오 아빠가 외쳤습니다.
“아아, 뭔가 잘못 되고 있어!!!!!”
가이드북의 지도, 언니가 준 지도, 아까 택시 아저씨가 준 지도를 미친듯이 살펴 본 결과
우리는 나르도니 디바들로(Narodni divadlo)역이 아닌 바클라프스크 나메스티(Vaclavske namesti) 역에서 내여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위대한 지질학과의 승리 순간이죠.
참고로 지질학과에 입학하면 1학년 때 머리 앞쪽에 나침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도록 자성(magnetic) 물질을 박아 넣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결국 나로드니 디바들로(Narodni divadlo)역이 아닌 라자르스카(Lazarska) 역에서 하차를 합니다.
지오네 가족은 두 정거장을 걸어서 꺼꾸로 올라왔습니다.
이 때부터 대충 오늘의 걷기가 시작됩니다.
바츨라프 광장에 도착해서 (드디어) 북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고 있던 중,
오옷!!! 미친 듯이 향기로운 냄새에 걸음을 멈추고, 가판대에서 간식으로 핫도그를 먹습니다.
이게 크기가.... 우리나라 핫도그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_-;;;
그 맛이란... 아아아... 게다가 체코 생맥주와 함께하면... 아아...눈물이...
핫도그를 먹고 감동하는 모자의 모습. 그나저나 코코아에 럼주를 타 마시면 어떤 맛일까나...
잠시 핫도그와 소시지에 빠졌던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바츨라프 광장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뭐 당근 지오엄마의 만족을 위해 몇 군데 숍을 들렸지요.
그러던 순간, 갑자기 시계탑이 그 위용을 들어냅니다. 그 순간!!! 지오엄마가
“이거 완전히 딴데로 왔어!!!”
라고 외치기 시작합니다.
이 후 약 1시간 30분간 지오네 가족은 그 동네 작은 골목을 완전히 헤매다니게 됩니다.
결국 자포자기의 순간, 지오 아빠는 아까 그 시계탑 앞으로 와서 아까 지오 엄마의 ‘완전히 다른 곳’이라는 의미를 다시 해석하게 됩니다.
네, 제대로 온 것이었죠 -_-;;;;;
지질학과 졸업생들은 설사 사랑하는 사람의 내비게이션이라도 무작정 따라서는 안된다라는 겁니다. 네.네.
결국 지오네는 극장을 찾아서 돈 지오바니를 보게됩니다.
알고서 걸어 다니는 길이 아닌 가운데 찍은 사진들
앞으로 얼마나 더 걸어야 할지 모르는 순진한 표정의 모자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
우여곡절 끝에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돈 지오바니’를 공연하고 있더군요.
아마도 이 곳은 한국과 일본사람들이 주로 오는 곳인가 봅니다.
절반 이상이 한국과 일본 사람들입니다. 한국어 가이드북도 있지요
왠 일본 녀석 하나가 가이드북에다가 ‘열라 좋군’ 이라고 썼고, 한국 사람들이 이걸 걍 그대로 번역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 파는 아저씨가 한국말로 “오백구십 코로나요” 할 때부터 알아 봤다죠.
하지만 정말로 볼만 합니다.
저녁 8시에서 10시까지 공연하는데, 재미있습니다.
인형이라는 존재를 싫어하는 제가 이 정도 재미있다고 하면 재미있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중간에 막이 있고, 중간 휴식도 있는 제대로 된 공연입니다.
의자가 나무라서 약간 딱딱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애들용으로 거듭난 공연 보다 훨 좋습니다.
돈 지오바니 감상중
군것질을 하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
귀가는 쉬웠죠.
대충 이제 동서남북을 아는 관계로 걸어 내려와서 전차를 타고 리판스카(Lipanska)역에 내려서 집으로 왔습니다.
오는 길에 수퍼에서 물과 맥주 몇 병을 구입해서 왔습니다.
문제는, 두바이에서 특히나 여름에는 10m 이상 걸을 일이 없는 삶을 영위하던 지오와 지오 엄마는 오늘 도보로 인해 완전히 뻗어 버렸다는 것이지요.
결국 지오 아빠 혼자 외롭게 맥주로 여행 첫 날을 기렸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지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누워버린 모자. 평소 걸어 다니던 거리에 10배 이상 걸어 다닌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