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네가 사는 아파트는 싱가폴 사람이 주인입니다.
이런 이유로 매년 설날이 되면 아침 일찍부터 (올 해는 8시30분에 시작했답니다) 중국식으로 복을 기원하기 위해 라이언 댄스(중국식 사자춤)를 합니다.
설날 늦잠을 자볼까 하는데 문 밖에서 쿵쿵, 쨍쨍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참고로 지오네 아파트 대문은 목제라서 왠만한 소리는 거르지 않고 다 들리져.
대충 옷을 차려입고 1층으로 내려가보니 중국식과 비슷한 베트남식 라이언 댄스가 한창이었습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사자들이 춤을 추고 한 마리는 높히 달려있는 자몽(베트남 말로 부어이)을 따고 있었죠.
양가에 새 해 맞이 전화를 드리고 아침을 간단히 차려먹고 설날 사냥에 나섰습니다.
아파트 정문을 나오자 아침에 한 라이언 댄스 잔해(?)들이 가득하네요.
응웬 티 민 카이(Nguyen Thi Minh Khai)길을 따라 걷다가 레 듀안(Le Duan)거리 끝에 있는 동물원으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설 당일이라서 그런지 거리는 한산합니다.
덕분에 평소에 호치민시라면 절대로 찍을 수 없는 거리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거리는 한산한산
오늘도 젤로 많이 잡히는 것은 크랩 녀석이더군요.
동물원에 도착을 하자 설날임에도 문을 열고 있었지만 엄청난 수의 베트남 사람들이 몰려있습니다.
그렇죠, 설에 갈 곳은 몇 군데 없기 때문에 문을 연 곳들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답니다.
레쥬안 거리를 지나 도착한 공원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그리고 요사이 베트남에는 한국 딸기가 수입되서 열심히 홍보중이죠.
동물원은 포기하고 응웬 빈 키엠(Nguyen Binh Khiem) 거리를 따라 걸었습니다.
이 길은 엄청나게 큰 가로수가 있습니다.
응웬 후 깐(Nguyen Huu Canh) 거리를 지나고 익숙한 레 탄 똔(Le Thanh Ton) 거리로 왔더니
교자의 왕이라는 만두전문점이 설날인데도 열려있습니다.
여기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맥주가 땡겼지만 앞으로 걸을 일을 생각해서 참았답니다. (착한 지오아빠)
점심을 먹고 레 탄 똔 거리를 지나서 슬슬 동커이 거리 쪽으로 향했습니다.
동커이 거리에서도 라이언 댄스를 하나봅니다.
거리에는 응웬 후에 거리에 차가 통행되지 않는다는 임시표지판도 있더군요.
역시나 동커이 거리에서도 크랩 녀석이 젤로 많이 나옵니다.
이렇게 걸어서 사이공 강가에 있는 쩐 흥 다오 (Tran Hung Dao) 장군 동상쪽으로 왔더니 새로운 녀석들이 보입니다.
참고로 쩐 흥 다오 장군은 몽고군을 물리친 우리 나라로 치자면 이순신 장군님과 같은 분입니다.
사이공 강가를 떠나 응웬 후에 거리로 다시 왔습니다.
아이스 커피로 갈증을 풀어줬답니다. 겨울이라지만 호치민시는 더워요.
응웬 후에 거리를 지나 파스터(Pasteur)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사냥도 쉬지 않았죠.
슬슬 걸어서 집으로 돌아와 일단 달콤한 베트남 과자와 지난 번 홍콩에서 사온 보이차를 마셔줬죠.
그러다가 패밀리 마트에서 계란과 간식을 사왔습니다.
네, 베트남에도 편의점이 생겼기에 가능한 얘기죠.
지오 아빠 가족은 이북출신입니다. 귀순한 게 아니고여 한국전쟁 이전에 남쪽으로 내려왔답니다.
이런 이유로 명절이 돌아오면 지오네는 만두를 빚고, 녹두부치개를 만듭니다.
몸은 베트남에 있지만 지오 엄마의 노력으로 이 두가지 메뉴를 설날을 맞이해서 먹을 수 있었답니다. (일단은 박수-)
맛있는 만두와 녹두전을 먹으면서 설날이 지납니다.
저녁은 설날을 맞이해서 만두국과 녹두부침을 먹었습니다. 지오 아빠는 국물과 떡은 거의 없이 후추를 잔뜩 뿌려서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루 종일 걸어다녔지만 피로가 싹 가셨습니다.
저녁을 먹고 창 밖을 보니 정유년 첫 날이 지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놀러오시는 모든 분들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