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을 걷게된 사연
지난 몇 주간은 정신이 너무 없었습니다.
통영으로 고성으로 자카르타로 무의도로 주말까지도 돌아다녀야 했죠.
언젠가부터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익숙한 지오 아빠는 왠지 정서가 흔들리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평일 하루 시간이 주어졌고, 대한항공 기내지에서 봤던 제기동으로 소소한 여행을 나갔습니다.
따뜻한 봄날 오래된 동네를 슥슥 걸어다니는 시간이 뭔가 제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그런 느낌을 주는 여행이었습니다.
토성옥
집을 나서서 제기동을 향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제기동역 2번 출구를 나와 향한 곳은 토성옥이라는 설렁탕집이었습니다.
약령시에 위치하고 있어서 한약 냄새를 맡으면서 갈 수 있었죠.
- 주소 : 서울 동대문구 약령서길 28 (우)02569
설렁탕은 선농제 가 끝나면 제사에 사용한 음식을 백성들과 나눠 먹은데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선농단이 자리 한 제기동 인근에는 오래된 설렁탕집이 많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 중 하나인 토성옥은 1980년대부터 운영한 노포로 유명한 곳입니다.
설렁탕을 주문하고 김치와 깍두기를 가위로 썰고 있자 드디어 나오네요.
참고로 설렁탕은 한 그릇에 8,000원입니다.
맛은…. 담백하고 깔끔합니다.
역시 전통이 있는 집 같습니다.
고기도 맛있습니다. 삶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지오 엄마도 삭삭 다 먹더군요.
선농단 역사공원
설렁탕집을 나와서 향한 곳은 선농단 역사공원입니다.
- 주소 : 서울 동대문구 무학로44길 38
이 곳은 왕이 풍년을 기원하며 하늘에 지내는 선농제를 하던 곳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에 의해 선농제가 폐지됐고, 제단 일대도 평범한 공원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후 국권을 회복하고 한참이 지나서 2015년경에 선농단 주변을 복원했다고 합니다.
방문한 선농단 역사공원에는 작게 복원된 제단이 있고, 그 옆에 약 500살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향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는 조선 초기 선농단 축조 당시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동네 한 가운데 조용한 작은 공원에 향나무 한 그루가 있어서 멋진 곳이었습니다.
선농단 역사문화관
선농단 바로 옆에는 선농단 역사문화관이 있습니다.
- 주소 : 서울 동대문구 무학로44길 38
코로나 기간동안은 아마도 닫혀있었던 것 같은데, 지오네는 운좋게 들어가서 구경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외로 작지만 잘 꾸며진 곳이었습니다.
선농단과 우리나라 농사에 관련된 내용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유물이 많은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특정 목적을 위한 상설전시가 된 곳입니다.
아직은 프로그램이 없어보이는데 이제 금방 사람들이나 아이들의 목소리가 가득찰 것 같습니다.
제기동 성당
선농단을 나와 슬슬 걸어서 제기동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 주소 : 서울 동대문구 약령시로 31
이 성당은 1942년 설립된 곳입니다.
이 후 1959년 지금의 터에 성전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성당에 들어가자 깔끔한 석조건물이 반겨줍니다.
혼인성사 장소로 인기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습니다.
성당 내부를 열어볼 용기가 없는 지오네는 주변만 구경했답니다.
서울 약령시 한의학 박물관
약령시라는 곳은 한약재를 유통, 판매하는 재래시장을 가 하키는 말인데, 이 중에서 서울에 있는 약령시가 가장 큰 규모였다고 합니다.
이 서울 약령시 한가운데 자리한 서울 약령시 한의약 박물관은
조선시대 가난하고 아픈 백성들에게 약과 의술을 베풀던 보제원 터에 지어졌습니다.
- 주소 : 서울 동대문구 약령중앙로 26
- 입장료 : 1,000원 (성인)
박물관에는 한약의 역사와 각종 한방약에 쓰이는 재료, 이전 보제원 모형 등이 있습니다.
나름 재미있습니다. 특히나 Geologist로서 여러 광물들이 약으로 쓰여지는 것이 재미있더군요.
같이 있는 서울 한방진흥센터에선 체질에 맞는 한방 처방을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뭐 가보지 않았습니다.
스타벅스 경동 1960점
왠 스타벅스?
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제기동쪽에서 요사이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다리도 슬슬 아파오고 한 번 찾아가 봤습니다.
1960년대에 지어진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한 곳인데, 기존 극장 형태를 유지한 특이한 인테리어입니다.
넓고 뭔가 힙한 느낌이 납니다.
덕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다행이 지오네는 자리를 잡고 커피와 달달한 케이크를 먹어줬습니다.
들어가는 입구가 LG와 뭔가 협업을 했는지 역시나 레트로풍인 GoldStar (아아 금성인가요) 풍의 홍보관이 있습니다.
멋진 곳입니다. 붐비는 곳은 다 이유가 있네요.
청년몰과 전통찻집은 말이죠
아마도 서울에서 가장 큰 경동시장을 구경하면서 경동시장 안에 있는 청년몰로 향했습니다.
으음… 경동시장 정말 크고 물건도 좋네요.
그런데, 정작 청년몰은 아주 작습니다. 대부분 음식점들이고 게다가 오늘은 사장님들이 대부분 외출중이네요.
다음으로 향한곳은 전통한방다전 경동점입니다.
한의원에서 만든 곳이라고 해서 갔는데… 뭐랄까 상상과는 다릅니다.
으음… 저렴하기는 한데 결국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청량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종각역에서 내려 슬슬 봄이 오는 서울 거리를 걷가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역시나 봄나들이는 좋고, 평상시에 잘 다니지 않는 골목길들을 쏘다니는 것은 좋네요.
지오네 올 해 소소한 여행이 이렇게 시작합니다.